허지웅님의 글을 보고 잠시 또 생각을 하게 된다. 트랙백을 할까 했는데, 허지웅님은 워낙 유명블로거인데다 그 곳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좀 두려워서; 링크만 걸어둔다.
저번에 썼던 글 나는 20년을 교회를 다녔다에 많은 분들이 덧글을 남겨주셨는데,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무척이나 놀랐다. 그리고 나처럼 교회를 떠난 사람들도 많지만 그 안에서 계속 딜레마에 괴로워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항상 예배당에 앉아서 십자가를 보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었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신이라는 존재에게 질문도 참 많이 던졌다. 그리고 결국 나는 그렇게 교회를 나오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해주었지만 비공개 덧글이라던지, 비로그인 덧글에서는 생각보다 소위 개독교인이라 욕먹을 만한 그런 덧글들은 없었고 주로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덧글들이 많았다. 그래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반갑기도 했다. 하지만 한동안은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허지웅님의 글 처음에서 "여기 오래된 거짓말이 있다. 이 거짓말은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고 절대자로부터 사랑받고 있으며 모든 건 계획돼있다고 이야기한다." 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게 거짓말인지 참말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오래된 거짓말이라 불리는 이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나는 이전 글에 이렇게 썼다. "아버지의 사업이 무너지고 집이 망해간다고 느낄 때, 그래서 엄청 외롭다고 느낄 때, 교회에서 우리는 우리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하늘의 아버지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 때는 그 아버지가 참 많이 위로가 됐다."
실제로 벼랑끝으로 가면 이 가르침이 참 위로가 된다. 세상의 창조자, 위대한 왕이 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기울이신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의 이름, 머리카락 한올까지 다 기억하신다, 하는 이야기들은 그게 거짓말인지 참말인지 따지기 전에 덥썩 잡아버리고 싶은 욕망이 치솟는 거다. 결국 인간은 이기적인지라 남이 뭐라고 하던 내 마음이 편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말이 위로가 된다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이 단계는 솔직히 도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말만 믿으면 모든게 다 끝나는 건데, 그냥 아무생각하지 않고 따지지 않고 믿어만 보라고, 그러면 하늘에 계신 분이 나를 위해 세상을 바꾼다고 하니까 그냥 잡아볼까 하는 마음에서 거의 대부분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근데 그걸 믿게 되면 이제 해야할 일이 많다(...) 왜냐하면 그걸 믿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고 벼랑끝 나의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내가 용서하지 못하는 일이나 사람이 있다는 것, 혹은 믿음이 부족하다는 것 등의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다. 그래서 그걸 하나하나 다 제거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경을 읽고 예배에 참석하고 십일조를 내는 등 여러가지 의무들이 생긴다. 근데 그게 왠만한 믿음(?)으로는 되지 않는다. 그 어려운 책은 열번이고 백번이고 곱씹어도 여러가지 모르는 것들 투성이기도 하고 월급의 십일조를 떼내는 건 왠만한 믿음으로는 되는게 아니니까. (그러고보면 교회를 다니는 사람중 10%도 안되는 비율이 우리가 말하는 진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머지는 집안 분위기상, 혹은 습관처럼, 여자만나러(?) 등등의 이유로 슬렁슬렁 다니는 사람들이다. 뭐 그래도 한 몇년 다니다보면 성경의 내용은 대충 다 읽지 않았어도 여기저기서 듣는 이야기들로 지식은 쌓이고 부르는 노래들도 왠만하면 익숙해진다.)
중요한 건 실제로 순수한 그 마음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내부에서도 이 십일조를 내 말어, 건축헌금을 해 말어, 를 가지고 백번을 고민하는데, 그런 개개인이 모여있는 교회라는 이름을 가진 곳은 더 하다는 거다. 길에서 만나는 예수천당 불신지옥은 그냥 무시해버리면 되지만, 실제로 그 개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쏟는 정성 (주변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은 가히 상상할 수 없다. 새벽에 나가서 이름을 외쳐가며 기도를 하지 않나, 때되면 어디 같이 가자고 자꾸 붙잡질 않나, 주변에 독실한 기독교인이 있다면 사실 그게 굉장히 머리가 아픈 일이 될 수 있다. 근데 그게 정말 교회 인원수를 늘리려고 한다거나 자기 욕심 때문이라던가 하는 경우는 솔직히 드물다. 실제로 순수하게 함께 천국에 가고 싶어서, 좋은 세계를 함께 누리고 싶어서 그렇다. 눈물흘리며 가슴을 치며 우리 부모님이 교회를 다녔으면 좋겠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봤다.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 정말로.
그리고 우리나라의 지도자가 기독교인이면 좋다고 이명박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기독교인들도 사실 이기적인 마음으로 그러는것은 거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목사님이 뽑으라고 하니까, 그리고 기독교인이니까 좋은 정치 하겠지 하는 그런 마음이지 기독교인이 지도자가 되어 우리나라는 기독교국가가 되면 좋겠다 하는 그런 거창한 상상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없다. 성경을 토대로 예수처럼 좋은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에서 뽑는 것이지. 그리고 늘 그렇게 속는 거지 -_-
그런데 지금은 이제 기독교가 너무 한참 멀리 왔다. 실제 있어야할 자리에서, 지켜야할 마음에서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예전에 덧글에 답변을 달면서 언급한대로 사람들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기독교인 스스로가 각성을 해야한다. 기독교 안에 참신한 지도자들이 나오고, 순수로 돌아가는 운동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또 교회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의견들이 있다. 그래서 그게 지독하게 오래걸리고 자꾸 고인물이 된다. 다른 사람을 바꾸려는 것보다 기존의 기독교인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 참 어려운 이야기이다. 종교라는 게 무언가 개혁을 한다는건 참 위험한 일이기도 한데다 무엇이든 희생같은 것도 필요하고 말이다. 글을 쓰면서도 현실에서 과연 가능할까, 그것보다는 기독교 자체가 없어지고 다른 종교가 나오는게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난 비관적이다. 솔직히 내가 희망이 있었음 계속 교회에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후후.
또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인들을 다 싸잡아서 죽어버려 라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에 미치는 기독교의 영향에 대해서 굳이 언급을 안해도 말이다. 어차피 안고 가야하는 것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과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글은 좀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블로그에서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지 어디가서 이야기하겠나 해서 글을 써본다. 근데 이건 뭐 기독교인 옹호글인 것 같기도 하고 성토글인 것 같기도 하고 나부터도 헷갈린다는? 그냥 ex기독교인의 넋두리로 들어줬으면 :)
- 2009/07/02 01:51
- 일상/연애
- lena0514.egloos.com/2362098
- 16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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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 대한 오해와 교회의 직무유기 2009/07/02 05:57 #
기독교단상 신앙의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의 글들을 의외로 많이 보게 된다.링크된 Lena님 역시 오랜시간 진중하게 고민했었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된다.많은 기독교인들이 정작 '교회'라는 현장속에서 부딛히는 가장 중요한 고민들은 아마도 무엇보다 성경속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 기적같은 사건들과 사람들의 기적같은 일들에 대한 증언(이를 '간증'이라 한다.)들과 성경을 토대로 설파하는 진리와는 괴리된 교회와 기독교인들의 이중적 모습으로 인한 실망감...... more



덧글
사람은 나약하기에 언제나 마지막에 붙잡을수있는 끈 하나를 마련하기위해서라도,
종교를 믿는건 좋은것 같습니다.
저도 18년 정도를 교회 다니다가 결국 수많은 질문과 모순에 결국 나와버려서 이번 글도
너무 공감이 가는군요.
스타대왕님도 그런 사연이 있으시군요. 저는 아직도 여러가지 고민을 한답니다. 그래도 교회를 나오니까 스스로에게 떳떳해지긴 한 것 같아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
개인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로 끝내면 좋은데 거기에 굳이 다른 사람을 얽어넣어야 불안이 해소되는 연약함. 인간에게는 이 연약함이 있기 때문에 위로를 받아서 나는 참 좋더라에서 문제 의식이 끝나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굳이 다른 사람을 얽어넣어야 불안이 해소되는 연약함" 라기 보다는 그 사람도 자기처럼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예요 사실. 그러다 보니 강요가 되고 가끔은 협박(?)이 되기도 하죠. 방법론에 대해서는 흠님의 말씀에 공감하지만 동기는 사실 순수하답니다 ㅎㅎ
적극적으로 공감합니다. 대학교 다닐 적에 아주 그냥 열걸음 걸어가면 전도하려는 선배 후배 동기들... ...
독실한 신자, 믿음 깊은 사람....자신이 좋으면 좋은거겠죠. 그런데 그걸 주위로 확산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천여년 전에도 자신의 신앙심을 주위에 널리 알리려고 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이 친구들이 민폐도 보통 민폐가 아니었거든요. '십자군'이라고... ....
사실 저도 뭔 일이 터지면 '신이여!'하고 한탄하는 사람이지만서도
자기 믿음은 자기 안에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지금 교회 다니다가 안다녀서 사람들이 맨날 괴롭혀서 힘들어요 ㅋㅋ 언젠가 제가 다시 돌아가고 싶다면 스스로 가겠죠. 어차피 누가 옆에서 말을 해도 지금은 안들리니까요 ㅎㅎ
저 같은 경우는 믿어지지도 않는 것을 버텨가면서 겨우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100% 확신 할 수도 없으면서 무리하면서 교회일들을 맡다보니.. 점점 지쳐가더군요..내가 미친건가 싶기도 하구요.
뭐.. 어쨋건 간에..
미친사람마냥 믿기지도 않는 일에 '시간을 희생'하는 놀라운 억지가 어디서 나왔는가 돌이켜보면
우선은...나를 사랑하신다는 그 분의 관심과 애정을 잃지 않겠다는 본능적인 부분과..
교회밖과는 '밀도 높은 만남'..
...그런 것들이었답니다.
절대로.. 아름답다고 할수는 없는 동기들이었지요.
이런 상황에선..'역시 완전히 깨끗할 수는 없구나.. . 인간의 원죄라는게 어디 있긴 있는 모양이다' 라고 씁쓸해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뒤집어서 또 생각해보면 ..
교회를 다녀보지 않았다면 이런 내면의 동기들을 성찰 할 만한 의지와 노력이 나올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결국은 또 성경에 써있는 말들을 긍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죠...
신앙 생활이라는게..
"부정->인정->부정->인정..'의 무한 루프를 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교회일에 대해 지치게 되면 차라리 안하니만 못하죠. 근데 또 일을 다 내려놓으면 은근히 허전하더라는 ㅋㅋㅋ 너무 습관이 되서 그런가요 ^^;
놀라운 억지ㅋㅋㅋ 진짜 완전 공감하고 있어요. 저도 교회를 다녀본 경험이 그래도 경험상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라던지,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는 건 종교가 없었다면 전 못해봤을 것 같거든요. 부정, 인정의 무한루트 ㅋㅋㅋㅋ 진짜 완전 공감해요!